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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게 홍어x

張河多 2012. 7. 31. 12:39

왜 홍어좆이 만만한 것인가

조선일보에 H 기자는 '톡톡 튄다'는 신세대의 대표주자다. 편집국 단합대회가 있으면 도맡아 사회를 진행하는 재기 넘치는 후배이다.
아직도 그의 후배들이 그 자리를 이어받지 않은 것을 보면 실력으로 장기집권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엔터테인먼트 부서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H 기자가 한 때 남도의 중심지인 광주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경찰 사건을 주로 맡았다
지금은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공사로 해체되고 만 옛 전남도청 청사안에 있는 전남경찰청이 주 무대였다.
기자들이 몰려 있는 곳은 경찰청 기자실. 남도출신 기자들이 우글거리는데 거의 유일한 비(非)남도인이었다.
처음엔 남도화법(話法)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나중에는 남도출신 기자들이 H 기자의 사투리 실력에 되레 뒤집어졌지만...)

어이~ 거석 좀... H 기자 속으로 '거석'이라니?, '거석'이 도대체 뭐야?...
어이~ 거시기 하러 가세... H 기자 속으로 '뭐 하자'는 얘기지?...

나중에 알고 보니 '거석' '거시기'야말로 전라도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통하는 '신통한' 말이었다.




▶홍어에 돼지고기를 올려놓았다.
묵은 김치에 홍어 한 점 연한 돼지고기 한 점을 얹어 한 입에 넣는다.
막걸리도 함께 들면 그 순간 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거시기' '거석'이 나온 김에 하나 더 해볼까. '거시기'로 말하자면 (대)명사, 형용사, 동사 등 상황에 따라 도깨비방망이 처럼 갖가지로 쓰인다.
남도땅 해남에서 태어난 시인 황지우의 작품 "말뚝이" "발설"(1983)이 있다.
'위어매 요거시 머시다냐 / 요거시 머시여 / 응 / 머냔 마리여?'로 시작하여 후반부를 '그래도 거시기 머냐 / 우리는 거시기가 거시기해도 / 거시기라고 미더부럿제 / 그런디이 / 머시냐 / 머시기가 머시기헝께 머시기히어부럿는디 / 그러믄 / 조타 / 조아 / 머시기는 그러타치고 / 요거슬 어째야 쓰것냐 / 어째야 쓰것서어 / 응 / 요오거어스으을' 이라고 마무리했다.




▶홍어 수컷이다.
양쪽에 거시기가 달렸고 가운데 꼬리가 달렸다.

김주영의 소설 '홍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네 아버지 별명이 왜 홍언지 알아 ? 홍어는 한 몸에 자지가 두 개 달렸거든 그래서 바람둥이였던 거구...

홍어좆은 두 개가 맞다
정약전의 '자산어보'('현산어보'라 읽는 이도 있다)에도 홍어에 대한 정보를 싣고 있다.
그 중의 일부이다. '수컷에는 흰 칼 모양으로 생긴 좆(陽莖)이 있고, 그 밑에는 알주머니가 있다.
두 개의 날개(가슴지느러미)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는데, 암놈과 교미를 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미를 한다.
암컷이 낚시바늘을 물고 발버둥칠 때 수컷이 붙어서 교미를 하게 되면 암수 다 같이 낚시줄에 끌려 올라오는 예가 있다.
암컷은 낚시에 걸렸기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흔히 말하는 바, 이는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라고 한다'




▶홍어 암컷 세마리다

내가 잘 아는 역시 남도땅 강진에서 태어난 김선태 시인은 홍어의 '거시기한' 교미를 시로 묘사했다.
홍어 낚기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홍어 수컷을 낚는 데야 홍어 암컷을 미끼로 쓰면 직방이지요
갓 잡은 암컷을 실에 묶어 도로 바닷물 속에 집어 넣으면 수컷이 암컷의 아랫도리에 달라붙어 그대로 따라 올라오지요
대롱 모양의 수컷 거시기는 두 개인데 희한하게 가시들이 촘촘 박혀 있어 발버둥쳐도 잘 안빠진다는 말씀... 거참 그야말로 거시기 물린 셈입니다
그렇게 해종일 수컷을 낚다보면 아랫도리가 너덜너덜해진 암컷은 그만 기진하여 죽고 만다니...

그런 홍어좆은 뭍에 올라오면 완전히 '찬밥'이다. 홍어배가 주낚(홍어를 잡기 위해 심해에 늘어뜨리는 긴 낚시줄)을 걷어 올릴 때 큰 암컷이 물린 채 올라오면 어부들이 신이 나서 암치다 라고 요즘도 소리친다
수컷은 찬밥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세'를 당한다.
홍어꼬리가 가운데 있고 양쪽에 꼬리보다는 짧은 '거시기'가 달려 있으니 꼬리처럼 달린 것이 도합 셋이다. 암컷은 당연히 하나 밖에 없다.



홍어스캔.jpg
▶배를 맞대고 꼬리를 꼰 자세로 교미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억지로 떼놓으려고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주 영산포에서 '홍어1번지'를 하는 주인장 안국현씨는 이런 얘기를 했다.
예전 5일장마다 홍어장수들이 돌아다녔다.
홍어를 팔기 위해서는 '맛뵈기'라는 것이 있었다 한다.
몸체의 살점을 떼내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거시기'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달려있어도 환영 받지 못하는 거시기'를 미리 떼내어 놓았다가, 살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한 점씩 맛보게 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잘리는 신세'는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뭍에 나오기만 하면 '잘리는 신세'... 그랬으니 '만만했다'는 것 아닌가. 사람들 사이엔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좆이란 말이 소통되었다.
만만한 게 홍어좆이냐...?라고 했을 때는 내가 그렇게 홍어좆 처럼 만만하냐...? 라는 항변이고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라는 자기주장이다.




▶김치와 돼지고기, 그 위에 얹은 홍어... 소금과 기름을 버무린 양념을 홍어에 얹었다

내가 자주 만나는 윤여정씨가 건네 준 글을 보고 나는 '거의 뒤집어졌다'.
홍어 유통지였던 1970년대초 영산포 선창에서 오고 갔을 대화라고 했다.
그냥 간직하고만 있기보다는 '남도이야기' 독자들과 함께 웃음을 함께 하고자 한다.
대화가 너무 솔직했다면, 너그러이 받아주시길. 윤씨의 글은 영산포 선창에서 '성님' '동상'이 나누는 홍어 '거시기' 대화이다.

어이~ 동상! 홍애는 어디가 질 맛난지 안가?... 누가 머시라고 해도 홍애 배야지를 짝 갈라갔고 애나 쌈지를 꺼내 찬지름을 째까 친 굵은 소금에다 찍어 묵으믄 그 맛이 차말로 고소해불제... 거그다가 막걸리 한 사발 드리키면 세상 둘도 없는 맛이어불제... 느그들은 그 맛을 잘 모를 것인디...

성님~ 먼 말씀을 그리 섭하게 허시오? 지가 애리다고라? 저도 장개 들어서 처 자식이 있는 몸이요. 글믄 형님은 홍애를 어째서 홍애라고 헌지 아요. 껍닥은 시커매도 배깨가꼬 썰어노문 살이 삘개부요. 그래서 붉을홍 자를 써서 홍애라고 했답디다. 이것은 차말이요.

동상~ 먼 소리여? 그게 아니여! 홍애는 다른 물괴기보다 넓적하다고 혀서 넓을홍 자를 써서 홍어라고 한것이여! 너는 몰라도 한참 몰라, 이 무식한 놈아!

성님~ 머시라고라? 무식하다고라? 홍애좆 같은 소리 허덜 마시오

너~ 시방 머시라고 씨불거리냐? 홍애좆이라고 해부렀냐? 이런 씨벌놈이 없네? 너, 홍애좆이 먼 말인지 알고나 씨부리냐?

성님도 참, 홍애좆을 지가 왜 모르겄소? 숫놈 꼴랑지 양쪽에 까시 달린 거시기가 두 개씩이나 달래있는 것이 홍애좆이제 머시라요?

동상~ 차말로 홍애좆도 모르구만... 잘 들어! 이놈아, 홍애좆은 너같이 씰데 없는 놈이나 밸 볼일 없는 놈들을 비꼴 때 쓰는 말이여... 잡을 때 거시기 까시에 찔래서 기찮고 괴기를 썰어놔도 암놈보다 맛탱가리가 없어서 잔치집이나 상가집에서도 사가들 안해부러... 그래분께 뱃사람들이 좋아 허겄냐?

아따~ 성님. 벨라 유식헌 척 허요 잉?... 그래도 숫놈은 심 하나는 끝내주겄소. 잉? 거시기가 두 개씩이나 달래쓴께 말이요

에라~ 상놈의 새끼! 근께 너보고 홍애좆이라고 허제.




▶흑산도 근해에서 한성호(선장 이상수) 선원이 홍어를 잡고 있다.

編輯 ... 장하다     多張印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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