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소망

어느 실버의 간절한 소망

제가 이제 늙어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와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하나하고도 반을 더 넘겼습니다.
이 나이를 먹도록 뭐했나 싶기도 하구요. 내가 싫어하던 늙은이 행세를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하지나 않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잠도 잘 오지 않을때가 많고 정신이 몽롱하기도 하고 깜빡 깜빡 하는 회수도 늘어나고 손에 쥐고도 이리저리 찾기도 합니다. 때로는 멍 하니 무위도식을 자탄하기도 합니다.

살아 오면서 아주 싫어하는 늙은이 짓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는것 같아 걱정이 많습니다.
주님께 비오니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여주시고 아무때나 무 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고약한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주위 사람의 삶을 바로잡아 보고자 하는 헛된 열망으로 부 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희가 사려깊지 못하고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지난 장년기 처럼 활기차고 여유로우며 유머 를 갖게 하소서.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없는곳에서 남의 이야기를하는 어리석은 버 릇을 거두어주소서.

제가 가진 보잘것없는 지혜의 창고를 과장해서 오만하지 않도록 하시고 저에게도 친구가 몇명은 남아 있 도록 도와주소서. 끝 없이 이얘기 저얘기에 끼어들어 횡설수설하지 않도록 하시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달어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들에 대하여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 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예기를 기꺼이 들어줄수있는 아량과 인내심을 갖고 경청할 수 있도 록 도와 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 주시고 염치없이 청하기는 어렵사오나 제게 겸손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 억과 부딧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소서. 나도 자주 틀릴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 게 해 주소서 제가 현자까지는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싶지는 않사옵니다 .
제가 눈이 점점 침침해지고 귀가 잘 안들리는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듣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행위를 빨리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선듯 칭찬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저로 하여 금 곱게 늙기를 힘쓰는 늙은이가 되게 하시고 지금까지 저에게 배풀어주신 넘치는 은총과 사랑을 이 나라와 겨레와 내주변 사람들에게 몇 배로 돌려주고 기꺼이 소천할 수 있게 도와 주소서. 젊은이나 어린이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고 사랑을 받는 그런 늙은이로 나머지 삶 을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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