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젊은 연인이 좋으세요

張河多 2011. 7. 14. 09:22


어르신~ 젊은 연인이 좋으세요?

“노년기에 이성 친구를 사귄다면 젊고 탄력 있는 연인이 좋으시겠어요,
아님 동년배를 사귀 시겠어요?”

정신과 의사는 좋은 직업이다.
고위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 상대의 강의에서도 이런 질문을 서 슴없이 던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기왕이면 젊은 연인”이다.
‘젊음’에 대한 갈망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과연 젊은 연인이 노년기의 행복에 긍정적인 요소일까.

미래학 자 중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를 넘어 200세까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몸 건강하게 오래 살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울장애 등 진단 가능한 정신병리를 가진 사람들만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상 심리 안에도 고통과 괴로움은 존재한다.

사람이 겪는 심리적 고통의 핵심 키워드를 세 개만 뽑는다면 일·사랑·죽음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이 중 일과 사랑 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반면에 죽음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무심하지 않나 싶다.
너무 어렵고 두려운 주제 이기에 애써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곧 100세를 바라보는 남성 어르신 한 분이 클리닉을 찾아오셨다.
누가 봐도 일·사랑 모두에서 성공적인 삶의 모델로 손색이 없는 분이다.
현재도 건강하게 자기 발로 걸어다니며 일까 지 하고 계신다.
말씀을 나눠보니 두뇌활동의 총명함도 여전하셨다.
그런데 이 어르신은 동갑내기 아내가 세상을 뜨면서 각종 걱정에 사로잡혔다.
“치매에 걸리는 게 제일 두렵소. 주변 사람도 못 알아보고 이상한 행동을 하던 친척이 자꾸 생각난단 말이오.

혹시나 치매 걸릴 위험이 큰 건 아니오?
” 진료를 받고 평정심을 되찾으신 뒤 이 어르신과 나눈 대화가 잊혀지지 않는다.
“윤 선생, 딱 한 가지만 빼고 우울증 증세가 다 좋아졌어요.”
“그게 뭔데요? ”
“이전보다 기력이 좀 떨어진다오.
앞으로 10년은 더 왕성하게 살아야 할 텐데….
” 100세를 앞두고도 기력 걱정 을 하며 죽음을 ‘10년 뒤의 일’로 돌리는 그분의 모습을 보니 일·사랑에서의 성공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는 ‘솔루 션’은 아닌 듯했다.

문상을 가면 ‘호상(好喪)’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호상이라….
가족들은 몰라도 본인에게 ‘ 호상’이 있을까?
나이가 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지나온 삶에 만족하면서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 으련만 인간은 그게 쉽지 않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은 ‘삶에 초연해지고 여유로운 성격을 갖게 되는’ 것과는 거리 가 멀다.
삶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지고 타협을 모르는 고집도 더 늘게 된다.
심리적인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
건강·재산·가족에 대한 걱정을 한 보따리 들고 클리닉을 찾아온 분들께 요즘 내가 묻는 질문이다.
대체로 50대는 70~75세를...
60대는 85~90세를 얘기한다.
90대는 110세를 말하고 말이 다.
실제 원하는 수명이라기 보다 단순히 죽음을 10~20년 뒤로 미루고 싶어하는 심리적 반응이라 볼 수 있다.
내 다음 질문은 “만약 한 달밖에 못 사는 시한부 인생이라면 지금 뭘 하겠느냐”다.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걱정이 많은 사 람일수록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
"아이러니"다.
‘삶의 소멸’인 죽음에 대한 걱정은 많으면서 막상 살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선 콘텐트가 없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등 뒤에 남겨 둔 채로 계속 도망치려고만 하면 공포에 쫓기면서 살 수밖에 없다.
등 뒤의 죽음을 내 눈앞으로 가져와 적극적으로 대 면할 때 오히려 불필요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처음에 꺼냈던 ‘젊은 연인’ 얘기로 돌아가 보자.
노년기의 젊 은 연인은 죽음에 대한 공포의 그림자를 키운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잡힌 동년배의 배우자·연인이 노년기 ‘행복 적응’의 정답이란 얘기다.
젊음을 되찾아준다는 수많은 ‘항노화’ 마케팅도 노년기의 행복엔 별 도움이 안 된다.
되 레 노인들을 더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잘 늙어가는 것... 한걸음 나아가 잘 죽는 것이 행복의 정답이다.

사람은 죽음을 생각할 때 가장 순수해지고 삶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진다.
“전 더 이 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오래 살 생각도 하지 않아요.
오늘 저에게 가장 소중한 일들을 하며 그냥 살아가고 있어요".


한 뇌종양 환자의 고백에서 ‘웰다잉’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당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딱 일주일뿐이라면 오늘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매일 한 번씩 자문하며 살아보자.
삶의 내용은 충실 해지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줄어들 테니~~~.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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